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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이승엽은 박찬호를 이렇게 마운드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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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삼성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박찬호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삼성 이승엽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39·한화)를 강판시켰다. 

이승엽은 2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를 밟은 후 속이 후련하다는 듯 박수를 쳤다. 박찬호는 고개를 숙인 채 쓸쓸히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지난 5일 대구구장 첫 맞대결에선 박찬호가 이승엽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3타수 무안타로 이승엽을 꽁


꽁 묶었다. 하지만 당시 한화는 0대5로 졌고, 박찬호는 6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29일 대전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박찬호의 시즌 9번째이자 대전구장 첫 등판이었다. 이날 대전구장은 매진되지 않았다.

▶박찬호는 약점을 파고들었고, 이승엽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박찬호는 지난 5일 3차례 대결에서 이승엽을 좌익수 플라이, 2루수 플라이,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박찬호는 이승엽을 상대로 면돗날 같은 제구를 구사했다. 가운데로 몰린 공이 하나도 없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끝을 주로 활용했다. 큰 타구를 맞지 않으려고 노력한 티가 역력했다. 

첫번째와 두번째 대결은 범타로 끝났다. 이승엽은 박찬호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당했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볼카운드 1B1S에서 3구 가운데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투심을 퍼올렸지만 중견수 플라이가 되고 말았다. 3회 1사 2루에서 맞은 두번째 맞대결에서도 4구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건드렸지만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박찬호는 이승엽에게 치기 좋은 공을 주지 않았다. 바깥쪽과 안쪽을 번갈아 던지다시피했다. 변화구를 주로 사용했고, 상하로 떨어지는 공으로 이승엽을 유인했다. 이승엽은 박찬호의 실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4회 위기 상황에서 박찬호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승엽 박찬호에 6타수 1안타, 하지만 영양가 만점

삼성이 3-0으로 앞선 4회초 2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세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박찬호의 얼굴은 긴장한 티가 확 났다. 이승엽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박찬호는 흔들렸다. 초구가 높은 볼이었다. 두번째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확연한 볼이었다. 박찬호는 불리한 볼카운트 때문에 쫓겼다. 3구째 공은 몸쪽으로 들어왔는데 이승엽은 그걸 큼지막한 파울 홈런으로 연결했다. 4구째도 파울. 그리고 이승엽은 5구째 한 가운데로 몰린 투심(구속 145㎞)을 쳐 우전 2타점 적시타로 만들었다. 박찬호와의 이번 시즌 대결에서 6타수 만에 첫 안타였다. 상대 타율로 따지면 1할6푼6리로 저조했다. 하지만 이승엽의 1안타는 영양가 면에서 우수했다. 박찬호는 이승엽에게 일격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3⅔이닝 7안타 1볼넷 3사구로 5실점. 이번 시즌 9번째 등판 중에서 최소 이닝이었다. 

▶제구가 흔들린 박찬호, 제풀에 무너졌다

박찬호는 이날 4회 이승엽을 만나기 전 한 이닝에 사구를 3개나 내줬다. 선두 타자 강봉규의 어깨를 맞혔다. 조영훈에게 우전 안타, 조동찬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내준 박찬호는 김상수를 내야 땅볼로 잡으면서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은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정형식의 발목, 박석민의 팔꿈치를 연달아 맞혔다. 그리고 이승엽을 상대해 무너졌다. 

박찬호는 이미 평점심을 잃고 흥분한 상황에서 이승엽을 상대했다. 그 이전에 투구수가 80개를 넘겼다. 박찬호의 총투구수는 87개였다. 박찬호의 시즌 성적은 2승4패. 이승엽은 이날 9회 솔로 홈런(시즌 9호)을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삼성이 10대2로 승리했다. 

박찬호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구가 많았고 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가운데로 몰린 실투 하나 때문에 두 거물의 두번째 대결은 이승엽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승엽은 "오늘 못 쳤다면 (박찬호는) 나의 천적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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