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중심이다.
어쩌면 프로야구 최강의 키스톤 콤비가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IA 유격수 김선빈(23)과 2루수 안치홍(22)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젠 변방의 선수들이 아니다. KIA 야구의 중심으로 오롯히 자리잡았다.
지난 9일
한화와의 대전경기에서 두 선수는 존재감을 빛냈다. 김선빈이 2회초 2-0으로 앞선 가운데 스리런 홈런을 날리자 안치홍이 솔로 홈런을 터트려
연속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절친한 두 선수의 연속타자 홈런은 처음이었다.
김선빈은 1안타 3타점, 안치홍은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미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에서 두 선수의 힘은 드러났다. 김선빈이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를 날리자 안치홍은 14타수
7안타를 터트렸다. 안치홍은 2경기에서 2안타씩 쏟아냈다.
특히 8일 한화의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0-1로 뒤진 7회초
김선빈이 2루타를 날리자 안치홍이 우중간 적시타로 두들기며 역전에 성공했다. 구원 투수진의 부진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두 콤비의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선빈은 3할1푼1리(14위), 안치홍은 3할4푼(3위)까지 끌어올렸다. 나란히 5년차와 4년차르
맞이하면서 타격의 재능이 정점에 이른 듯한 모습이다. 변화구이든 직구이든 가리지 않고 상황에 맞는 타격도 하고 있다. 유격수와 2루수로 찰떡
궁합을 자랑하면서 공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짝궁이 됐다.
특히 두 타자의 활약은 부진했던 톱타자 이용규도 자극하고 있다.
이용규는 8~9일 이틀연속 2안타를 터트리면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세 선수가 맹위를 떨친다면 KIA의 득점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김선빈과 안치홍. KIA 공격의 중심이자 아이콘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잠시 빛을 잃었었지만 때를 벗겨내니 여전히 명품이었다.
KIA 김진우(29)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10년 전(2002년·데뷔 첫 해) 그에게 탈삼진 타이틀(177개)을 안겼던 시속 150㎞대
강속구와 폭포수 커브를 앞세워 179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10년 전처럼 그 명품 칼날을 계속해서 휘두르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의
선택은 어김없이 직구와 커브였다. 특히 7-1로 앞선 4회말 1사 만루에서 이여상과 강동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점수 차는 컸지만 경기 중반이었고, 불안한 KIA 불펜을 감안하면 승부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직구 여섯 개-슬라이더 하나
이강철(46) KIA 투수코치는 경기를 앞두고
김진우에게 "한화 타자들이 커브를 노리고 들어올 테니 직구로 볼카운트를 잡아보자"고 했다. 김진우는 이날 경기 첫 번째 위기에서 이 코치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1사 만루에서 오른손 타자 이여상(28)을 상대로 시속 147㎞짜리 빠른 직구를 꽂아 넣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와 3구 역시 빠른 직구로 낮게 유인했으나 이여상이 잘 골라내 2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김진우의 선택은 또
직구였다. 초구와 비슷한 코스. 이번엔 조금 더 빨랐고(시속 150㎞) 조금 더 높았다. 이여상은 이 공에 헛스윙을 했다. 김진우는 5구와
6구에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빠른 직구를 던졌으나 타격감이 좋은 이여상은 두 공을 모두 커트해냈다. 6개 연속으로 평균 시속 148㎞의
직구를 던지던 김진우는 느닷없이 7구째 시속 139㎞짜리 낮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헛스윙 삼진. 김진우는 경기를 마치고 "직구와 커브 위주로
던지다 타이밍을 뺏기 위해 슬라이더를 가끔 섞었다"고
했다.
커브-직구-커브-커브-직구
다음 타자 오른손 강동우(38)는 이여상이 빠른 직구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타석에 들어섰다. 여전히 2사 만루의 위기에서 김진우는 시속 127㎞짜리 바깥쪽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강동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허를 찔렸다는 표정이었다.
다음은 시속 150㎞ 직구. 1구와 2구의 구속 차이가 시속 23㎞나
됐다. 강동우는 움찔했지만 공은 바깥쪽으로 약간 빠졌다. 볼. 이번엔 김진우의 표정이 구겨졌다. 3구와 4구는 연달아 몸쪽 커브였다. 3구째
헛스윙을 했던 강동우는 4구째를 참아내 2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김진우는 또다시 직구를 던졌다.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시속 149㎞짜리 직구였다. 두 개 연속 느린 커브를 몸쪽으로 보여준 뒤 들어오는 바깥쪽 빠른 직구에 강동우는 헛스윙을 했다. 공 맞히는
재주가 뛰어난 15년차 베테랑도 당했다.
김진우는 지난달 복귀전을 마치고 "직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는 공이다. 그리고
커브는 내 손과 어깨에 꼭 맞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라며 "공백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직구와 커브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지난 9일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실력으로 그 말을 증명했다.
"가져가면 안 돼요?"
9일 대전 KIA-한화전. KIA가 8-1로 크게 앞선 7회말 한화 공격, KIA 선발 김진우는 첫 타자 이여상을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교체됐다. 투구 수 112개째. 김진우는 투수 교체를 위해 다가오는 이강철 투수코치를 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이거 가져가면 안 돼요?"
김진우의 손에는 무려 1천791일 만에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겨줄 공이 들려 있었다. 이 코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어 그래. 가져가라"며 웃었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진우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중도 있었다.
김진우가 올 시즌 네 번째 등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날 KIA는 8-1로 승리를 거뒀고, 6.1이닝 5피안타(1홈런) 3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한 김진우에게 승리투수가 돌아갔다. 지난 2007년 6월 14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천791일 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이다.
그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무단이탈과 임의탈퇴 후 지난해 팀에 다시 합류하기까지 약 4년이 흘렸다. 그리고 팀 복귀 후 첫 승을 올리는 데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김진우는 "팀에 복귀한 뒤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복귀하기 전에는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괴로웠는데, 이제는 아니다. 스프링캠프서 중도 하차했을 때도 낙담하지 않았다. 어쨌든 야구를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재입단 후 한 번도 '안 되려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자신의 첫 승도 그렇지만 어려운 처지의 팀이 승리를 거둬 그의 기쁨은 더 컸다. 앞선 세 차례 등판서는 한 번도 팀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웠다. 김진우는 "세 경기 중 두 경기는 지고, 한 경기는 비겼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오늘 타자들 덕분에 이겨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외삼촌과 여자친구가 김진우의 첫 승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대전구장을 찾았다. 꿈에 그리던 승리를 따낸 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김진우는 "첫 선발 등판했을 때만큼 피곤하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힘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김진우의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경기를 복기하던 김진우는 이날 자신의 투구를 "엉망이었다"고 표현했다. "공은 엉망이었다. 바보처럼 어렵게 승부했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상태라 편하게 던졌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더 많은 이닝을 던졌더라면 중간 투수들이 쉴 수 있었을 텐데. 승리투수가 됐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김진우는 여유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5년 만의 첫 승으로 거둔 수확은 적지 않았다. 김진우는 "미치게 좋은 건 모르겠다. 다만 팀이 이기고, 한화전 연패를 끊어 기쁠 뿐이다. 팬들의 믿음에 10%는 보답하지 않았을까? 아직 멀었다. 그 많은 응원에 보답하려면 더 뛰어야 한다"면서 다시 열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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