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는 맥 빠지는 허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적어도 1회는 기대를 넘었다.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창조된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의 왕실은 오히려 현실감이 느껴질 만큼 생생했고, 재현된 북한의 풍경은 세밀한 표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나 극 초반의 전개가 늘어지며 몰입의 속도는 느려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도넛이 나왔다.
너무 노골적인 간접광고였던 도넛의 등장은 시청을 방해했다. 도넛이 눈에 뜨일 만큼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간접광고 효과는 진작 사라졌고,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의 이야기에 관심이 갈 리 없었다. 왜 하필 지금 도넛이 등장하는지부터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판 도넛 가게 '더큰 설탕가락빵'까지 만들어낸 도넛 간접광고는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고, '더킹'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후에야 그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킹'은 도넛 없이도 간접광고에 충실했다.
극 중 이재하와 김하아는 처음의 목덜미 키스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두 번의 키스를 했다. 첫 번째 키스는 냉장고 앞에서였다. 해당 냉장고 역시 '더킹' 협찬사의 제품으로 이재하와 김항아는 키스에 앞서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마시는 장면을 통해 냉장고 내부를 선보였고, 키스하는 모습을 이재강(이성민)에게 들켰을 때는 냉장고의 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의 주요 기능이 이재하에 의해 슬며시 시연됐다.
두 번째 키스는 세계장교대회 출전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긴장감이 고조돼야 할 시점이었음에도 이재하는 느닷없이 김항아를 왕실 정원으로 불러냈고, 텐트까지 친 채로 마치 캠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 두 사람은 이재하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말하는 김항아의 모습 아래로 협찬사의 큼지막한 로고가 비쳤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의 속삭임을 나눈 뒤 키스를 했지만,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 키스' 때보다 앞뒤 흐름이 고려되지 않은 생뚱한 키스신인데다가 간접광고까지 포함돼 있으니, 키스신에 삽입된 간접광고인지, 간접광고를 위해 삽입된 키스신인지 모를 일이 돼버렸다. 애틋해야 할 키스신에 남는 잔상이라고는 텐트 회사 로고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간접광고를 뺀 '더킹'의 이야기가 매끄러운 것도 아니다.
마치 '더킹'에선 로맨스와 정치란 두 개의 주제가 따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강대국에게 대한민국의 국력을 입증하고, 김봉구(윤제문)에게 복수하려는 이재하, 그리고 특수부대 교관 출신이자 북한 여자인 김항아와의 사랑을 이루려는 이재하는 서로 다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로맨스와 정치의 조화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재하의 목표를 사랑도 복수도 아닌 어정쩡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재하의 세계장교대회 참석의 명분이다. 이재하가 주변의 반대에도 왜 세계장교대회에 꼭 나가려고 하는지, 사랑 때문인지 복수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 세계장교대회에서 떨어지면 김항아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대국민공약을 내세웠음에도 로맨스가 세계장교대회에 억지로 엮인 느낌이 크다.
'둘 다를 얻기 위해서'란 대답은 결국 이재하가 서로 다른 목표를 쫓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보면, 이재하가 사랑을 쟁취한다고 해도 복수가 완성되는 게 아니다.
'악당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는 왕자의 이야기' 같은 구조가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고 흥미를 주는 건, 악당을 무찌르려는 목표가 한편으로는 사랑을 구하는 것과 동일시돼 왕자를 향한 몰입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결국 로맨스와 정치의 부조화는 이재하란 캐릭터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했다. 세계장교대회 출전에 앞서서도 이재하는 김항아를 만나겠다며 국왕폐위를 각오하고, 목숨까지 걸며 판문점을 넘었다. 나중에 북한 고위인사를 만나 정치적인 목적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이재하란 왕의 무모함에 실소가 나왔다. 어느 왕이 그처럼 나라 전체를 망칠 수 있는 단순하고 위험한 정치적 술수를 펼친단 말인가. 이재하의 돌발 행동은 단지 김항아를 만나기 위한 철부지 왕의 무모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재하가 로맨스와 정치의 경계에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 김항아도 모호한 캐릭터가 돼버렸다. 주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이재하와의 사랑이 완성되길 바라는 건지, 이재하와 함께 대한민국이 우뚝 서길 바라는 건지, 김항아는 모호하다. 이 때문에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거치며 노련한 연기력을 터득한 배우 하지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더킹'을 명품드라마라고 일컫기에는 그 재미보다 재미를 방해하는 허점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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