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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hot-이슈

카카오톡의 저주, 이러다 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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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 음성 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통신사가 또 다시 카카오톡을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SK는 "카카오톡 무료전화가 확산되면 산업발전과 이용자 편익 그리고 국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SK는 또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막을 수 없다면, 요금 인상 등 적절한 대책을 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에서도 망 이용 대가를 정확히 정산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대책 없이 도입될 경우 모바일 인터넷 전화가 이동통신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럴 경우 망에 대한 재투자가 힘들어지게 돼 서비스 품질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측의 주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부가 수익은 서비스 업체들이 다 가져가는 반면, 많은 비용을 들여 망을 구축한 통신사는 적자에 시달릴 위험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들 모두가 공멸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 모든 것은 통신사들이 자초한 일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IT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카카오톡이 아니라도 결국 음성 통화 시장은 잠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통신사들이 모바일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사용자들에게서 받은 1GB당 몇 천 원 정도의 네트워크 사용료일 뿐입니다.

 

통신사들의 화려했던 잔치는 끝났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통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말기 등 통제하던 통신사... 아이폰 등장에 '전세역전'

 

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통신사들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단말기 종류를 정하고 원하는 대로 단말기의 스펙도 바꿀 수 있었습니다. 통신사들은 비표준 이어폰 단자를 고집했고 무선 랜은 아예 장착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단말기 제조사들이 우수한 성능의 휴대폰을 수출했지만 정작 한국 사용자들은 낮은 품질의 제품을 비싼 가격에 써야 했습니다.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도 제한당해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만 볼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 가격도 싸지 않았고 다운로드 받을 때의 네트워크 사용료로 비쌌습니다. 또한 통신사들은 콘텐츠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갔습니다. 콘텐츠 제공 업체는 전용 페이지의 좋은 위치를 얻기 위해 로비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결국 멋모르고 콘텐츠를 구입했던 한 중학생이 370만 원의 고지서에 놀라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비싼 데이터 통신비에 겁을 먹은 한국 사용자들은 휴대폰을 사면 제일 먼저 비밀번호를 걸었습니다. 실수로라도 데이터 통신을 안 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구글 플레이. 안드로이드를 위한 콘텐츠 유통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유통됩니다. 개방 정책을 취하는 안드로이드에서 통신사들은 독자 마켓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 google 캡쳐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한 번에 바꾸어버린 혁명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뒷주머니에서 새로운 제품을 꺼내 보였습니다. 애플사의 '아이폰(iPhone)'이 등장한 것입니다.

 

아이폰은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아이폰 때문에 PC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시대가 열렸습니다. 마우스 기반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손가락을 사용한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로 대체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윈도우-인터넷 익스플로러-액티브엑스'에 종속된 한국 인터넷 환경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특히 문제 많은 한국식 보안 방식의 허구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생긴 반면 기존 기업들은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통신사들입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통신사들은 갑의 위치에서 내려왔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을 플랫폼 업체들에게 뺏기고 말았습니다. 뛰어난 성능과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아이폰에, 사용자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 통신사까지 바꾸는 사용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거의 모든 통신사들이 애플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잡스는 아이폰에 대한 간섭을 완벽하게 막아냈습니다. 통신사들은 아이폰에 자사 로고조차 새길 수 없었습니다. 통신사들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미리 적재하거나 독자 콘텐츠 플랫폼을 제공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애플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애플은 창작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게임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판매망인 앱스토어, 콘텐츠 유통망인 아이튠스 스토어와 북스토어는 통신사의 유통 채널과 달리 합리적인 수수료 정책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편의성도 극대화 되었습니다. 무선 랜이 기본 장착되었고 이어폰 잭도 표준 형식이 채택됐습니다. 무선 랜으로도 사용 가능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가격과 별도로 다운로드 받을 때 네트워크 사용료를 낼 필요도 없었습니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이폰 덕분에 안드로이드 제품도 통신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부가가치는 애플, 구글, 삼성과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플랫폼 업체들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통신사 위주의 콘텐츠 유통망은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중입니다. 

 

통신사들에게 점점 불리한 상황... '망중립성 확립' 시급

 

아이폰의 등장 이후 통신사에 대한 위기론이 커졌습니다. 통신사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문자메시지 시장뿐만 아니라 음성 통화 시장도 뺏길 것이란 예측도 그동안 많았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혁신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가기보다는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선호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은 점점 더 통신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통신사들은 단말기 유통도 독점했습니다. 통신사가 정한 단말기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원가를 부풀린 다음 할인을 대가로 약정을 요구하여 사용자를 2년 이상 묶어 두었습니다. 중간에 이탈할 경우 부풀린 제품 가격을 모두 받아냈기 때문에 사용자는 함부로 계약을 파기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단말기 블랙리스트 제도 등 소비자 위주의 정책이 생기면서 이제 원하는 제품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산 다음 가장 사용료가 싼 통신사에 가입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단말기 제조사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 많아지게 되고 유통업체들이 서로 경쟁하게 되면 가격도 하락할 것입니다.

 

이동통신재판매(MVNO)업체도 활성화 되는 중입니다. 이들은 통신사의 통신망을 도매가로 구입해 사용자들에게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기본료도 없고 음성 통화 시간 구입을 강제 하지도 않습니다. 이동통신재판매 업체의 고객들이 음성 통화를 줄이고 문자를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대체한다면, 통신사의 재판매 수익도 줄어들게 됩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는 아예 통신사의 문자 프로그램을 대체했습니다. 아이폰으로 문자를 보내면 상대편이 아이폰일 경우 애플이 공짜로 문자를 보내줍니다. 이제 통신사들은 아이폰 사용자들한테서 문자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애플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한국 기업인 카카오톡만 견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플의 페이스타임, 구글 보이스, 네이버 라인의 음성 통화 기능이 점점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구글이 10억 사용자를 모으고 페이스북이 20억, 카카오톡이 7억 사용자들을 모으게 되면 거의 모든 통화는 이런 앱으로 공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업체들이 음성 통화 기능을 서로 연동시킨다면 거대한 사이버 통신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초당 사용료를 내야 하는 통신사 음성 통화 기능은 아무도 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는 콘텐츠, 플랫폼, 단말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물리망입니다.

 

이제 통신사들의 물리망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해졌습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네트워크 종류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주로 쓰는 카카오톡이 되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가 대중화되면, 구글 보이스나 네이버 라인의 음성 통화가 가능한 어떤 휴대폰이라도 상관없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전화번호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고 사용자 이름으로 전화를 겁니다. 이처럼 모바일 인터넷 전화가 대중화되면 트위터 아이디, 이메일 주소 또는 포털사이트 아이디로도 전화를 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것은, 물리망 위주의 통신사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플랫폼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아직도 물리망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인 LTE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통신사가 바라는 대로 되진 않을 것입니다. 4G 시대에는 통신사의 음성 통화 기능과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 둘은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 음성 통화 기능을 차별화하게 되면 망중립성 위반이 됩니다. 통신사가 4G에서 자사 전용의 음성 통화 기능만 허용할 경우 전 세계적인 저항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합리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춘 국가부터 모바일 인터넷 전화가 허용될 것입니다. 그런 나라의 앱들만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적인 사이버 통신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이 하루빨리 망중립성을 확립 하지 못한다면, 모바일 인터넷 전화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커녕 국내 음성 통화 시장마저 외국에 내주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 떨어뜨리는 '은폐된 종량제'

 

한국은 아직 하드웨어 제조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극심한 경쟁 속에서 수익이 줄어들 것은 분명합니다.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콘텐츠 유통망을 장악한 플랫폼 업체들뿐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는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계속해서 물리망 우선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망중립성 원칙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에 간섭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포털의 서비스는 속도를 높여 주고 중소 인터넷 업체는 느린 속도만을 제공한다면 망중립성 위반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통신사 문자 수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차별해선 안 됩니다. 불법이 아니라면 인터넷을 통한 어떤 서비스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서비스에 또 다른 요금을 부가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서비스를 검열하고 차별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아이디어든지 장려하고 발전시켜 파이를 키운 다음 수익을 나누어야 합니다. 기존 시장에 피해를 준다고 새로운 서비스를 금지하게 되면 국가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서비스는 죽일 수 있어도 아이디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거부된 아이디어는 이를 허용하는 국가로 넘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우리나라로 역수출 될 뿐입니다. 실리콘 벨리에서 성공하여 한국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인터넷 전화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것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출현한 아이디어였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각종 규제로 이런 서비스의 성장을 방해하는 동안 이를 벤치마킹한 외국 서비스들이 결국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은폐된 종량제. (1번) 포털과 같은 생산자들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를 전송합니다. (2번) 사용자들은 생산자들이 전송해준 콘텐츠를 다운로드 합니다. 1과 2번의 데이터는 같은 것입니다.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통신사는 사용자측에는 기본료에 해당하는 정액 요금을 받고(2번) 생산자측에는 트래픽 사용량만큼의 종량제 요금(1번)을 받습니다. 모바일의 경우 통신사는 같은 데이터 전송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으로부터 각각 사용량에 따른 요금을 중복해서 받고 있습니다.
ⓒ 김인성
종량제

망중립성 관점으로 볼 때 한국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포털, 인터넷 사이트와 같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에게 네트워크 사용료를 종량제로 물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네트워크 사용량에 따라 통신사에 사용료를 내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사용자들이 몰릴 경우 1GB 회선을 여러 개 쓰거나, 아예 10GB 회선을 사용하게 됩니다. 한 달에 1GB 회선을 사용하면 최소 500만원을 내야 합니다. 10GB를 쓸 경우 50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와 같은 콘텐츠는 수십 GB 이상의 속도를 가진 회선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 달에 억대의 사용료를 내야 했습니다. 인터넷 업체들 즉 생산자들 쪽에서 발생한 트래픽은 결국 소비자 쪽으로 갑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위치한 통신사 입장에서 본다면 생산자에서 흘러온 트래픽과 사용자 쪽으로 흘러간 트래픽은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신사는 누구에게라도 사용량만큼 요금을 받으면 종량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통신사에 내는 돈만큼을 원가로 책정하기 때문에 이 돈은 결국 소비자가 내게 됩니다. 포털이 키워드 광고 단가를 높이고 광고 업체들은 그만큼을 제품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그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한 달에 2만원 남짓의 정액제를 쓰고 있다고 믿지만 이렇게 은폐된 종량제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2만원의 정액 요금은 전화의 기본료와 같고 인터넷 업체에 내는 네트워크 사용 요금은 사용자들이 내는 종량제 통화 요금과 같습니다.

 

은폐된 종량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우선 정액제인 초고속 인터넷에서는 트래픽을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망 부하를 일으킬 정도로 트래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요금을 보전해주게 됩니다. 또한 종량제인 이동통신에서는 네트워크 사용 요금의 이중 부과 문제가 생깁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쓸 경우 사용량만큼 요금을 지불함에도 통신사들은 인터넷 업체에게도 또다시 돈을 걷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산자 측에 대한 종량 요금 부과는 한국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한국 IT를 퇴보시킵니다.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한국 동영상 업체' 전례

 


한국의 콘텐츠 업체들은 외국 서버에 콘텐츠를 올려 놓습니다. 이런 디지털 망명의 첫째 원인은 네트워크 사용료 때문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 고전 영화를 무료로 서비스하기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 서버를 두게 되면 네트워크 사용료가 감당이 안 돼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한국 고전 영화를 미국 서버에 두고 감상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 화면 캡쳐
한국영상자료원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발전소와 같습니다. 동영상 서비스, 게시판, 이메일 등 사용자들을 위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서비스를 하는 곳입니다. 인터넷 업체에서 흘러나오는 트래픽은 사용자를 위한 것입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쓰려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생산자들에게 네트워크 사용료를 물리는 것은 전기 판매 업체들이 발전소에게 송전선 사용료를 물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생산자에게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가하면서 몇몇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동영상 업체들이 그 직접적인 피해자들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동영상 업체들은 초기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통해 사이트 인지도를 올리려 합니다. 그 다음 수익 모델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네트워크 사용료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웹과 달리 동영상은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합니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광고를 붙이고 사용자 컴퓨터를 악용하는 동영상 전송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외면 받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의 동영상 업체들이 망하고 나자 이 분야는 미국의 유튜브가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생산자들은 최소한의 망 유지비용만 낼 뿐 트래픽 사용량에 따른 요금을 내지 않습니다. 무료로 고화질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제 동영상을 유튜브로 봅니다. 한국 콘텐츠가 미국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고 이것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거꾸로 전송됩니다.

 

한국 통신사들은 비싼 해저 광케이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국 동영상 업체들을 위해 콘텐츠 저장 기능(캐시 서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면 통신사는 이것을 한국에 있는 캐시 서버에 저장해 놓습니다. 그 후 다른 사용자가 같은 동영상을 보려고 하면 통신사들은 한국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을 보내 줍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이 생산자들에게 네트워크 사용료를 받는 바람에 인터넷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반면 외국 서비스가 국내 시장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외국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통신사들이 외국에 내야 하는 망 사용료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외국 서비스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업체에게는 가혹한 사용료를 받으면서 외국 업체에게는 서비스 가속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차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에서는 사용자들이 트래픽 사용량만큼의 종량제 요금을 내고 있으므로, 생산자에게서 요금을 다시 받는 것은 이중 과금 행위 입니다. 통신사들이 생산자에게서 요금을 징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유선 인터넷 요금 체계도 바꾸어야 합니다. 정액제인 유선 인터넷은 사실상 은폐된 종량제입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여 생산자에게 네트워크 요금을 받지 않는 대신 사용자 측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종량제로의 전환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있겠지만 은폐된 종량제라는 진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산자들에게 요금을 부가하지 않고 초고속 인터넷을 종량제로 바꾼다면 요금 인상 요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산자들에게 요금을 받아 왔던 통신사들과 달리, 케이블망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에게 받는 정액 요금만으로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사용자 종량제가 된다면 이들은 트래픽을 많이 쓰는 사용자에게 요금을 올리게 됩니다. 반면 일반 사용자들의 요금은 오히려 인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화와 전기와 같이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투명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통신사들이 생산자들에게서 수익을 얻는 은폐된 종량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가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야 하는 구조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없앨 수 있습니다. 트래픽을 적게 쓰는 사람이 트래픽을 많이 쓰는 사람의 요금을 보전해주는 불합리성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통신사들은 사용자 종량제로 전환할 경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요금 폭탄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은 극심한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요금 인상는 불가능 합니다. 무선망은 이미 종량제이며 이동통신재판매 업체와 제 4 이동통신 출현 등 경쟁이 활성화 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통신사들, 카카오톡 견제보다 성장 도와야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을 견제하려는 것은 망중립성 위반입니다. 이미 통신사들은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서 망 사용량만큼의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또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업체에게서 네트워크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것은 이중 징수 행위입니다. 외국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 모바일 인터넷 업체들은 이런 사용료를 내지 않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사용료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카카오톡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서버를 통째로 외국으로 이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통신사의 견제를 피해기 위해 회사 전체가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어떤 논리를 만들어도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 모바일 인터넷 전화 업체들을 죽인다고 해도 한국 시장은 외국 업체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유튜브로 빠져나간 동영상 업계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통신사들은 외국 모바일 인터넷 전환 업체들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 무료로 캐시 서버를 구축해 주는 비극을 되풀이 하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의 생존을 위해 망중립성을 위반해도 통신사의 생명은 연장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국가 경쟁력까지 상실하게 될 뿐입니다. 방통위와 공정위는 하루 빨리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든 스마트TV든 어떤 서비스라도 다 허용해야 합니다. 망중립성 확보가 바로 국가 경쟁력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산자들에게 종량제 요금을 부과하는 행위도 즉각 멈추게 해야 합니다. 망 사용료 부담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들이 '무료 망 사용'이란 경쟁력을 갖춘 외국 서비스의 공격에 무력하게 당하고 있습니다. 망 독점권을 기반으로 생산자들에게서 수익을 보전하려는 통신사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 IT의 미래는 없습니다.

 

물리망 위주의 통신사 경쟁력은 이미 끝났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현실을 깨닫고 망 위주의 정책을 포기해야 합니다. 스스로 사이버 통신사로 거듭나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전력해야 합니다.

 

카카오톡을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성장을 도와야 합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을 지원하고 벤처를 육성하여 제2, 제3의 카카오톡이 나올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생존하려면 스스로 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시 망중립성을 위반하면서까지 경쟁 업체를 도태시키려 한다면 결국 통신사들은 모든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인수 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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