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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일상이야기

'식초' 몇 방울이면… 놀라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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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당장 큰 일 날 것처럼 선전하는 업체들의 공포 마케팅에 속아 많은사람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생활용품을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습관을 바꾸고 약간의 수고스러움만 감수하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친환경 생활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미료. 건강을 생각하는 요즘 소비자들은 '친환경' 마크가 붙은 조미료를 주로 구매한다.

평소 요리 후 주방에 남은 다시마, 버섯, 마늘 등을 말려 가루를 내면 큰 노력 없이 천연 조미료를 만들 수 있다. 외식문화 발달로 점점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면서 각종 첨가물이 든 조미료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천연 조미료는 적은 양으로도 같은 효과를 내고 국물 등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세제, 비누 등 주방ㆍ욕실용품 대체제도 있다. 식초가 좋은 예다. 알칼리 성분의 일반 세제는 오염과 찌든 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알칼리 성분은 피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값비싼 중성세제를 많이 찾는데, 기존 알칼리 세제에 산성인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자연스럽게 중화효과가 발생한다. 물에 잘 녹아 세탁찌꺼기가 남지 않는 액체세제도 유행인데, 가루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완전히 녹여 쓰면 액체세제와 비슷한 세탁효과가 있다.
각종 화학물질의 집합소인 새 집도 새집증후군 등으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때문에 최근 숯보다 5,000배 흡수력이 좋다고 알려진 규조토 마감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 마감재 대신 입주 후 3개월 내 오염수치가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해 입주를 한 두달 미뤄 자연스레 오염물질을 방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실내 온도를 높여서 오염원을 순간적으로 증가시킨 뒤 환기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해물질 흡착효과가 높은 벤자민, 고무나무 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비싼 친환경 제품 중에 일부는 효과가 과장된 경우도 더러 있다"며 "친환경 타이틀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여러 방법을 추구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ver Story] 친환경 제품 '비싼 값' 할까
야채·우유·기저귀·물티슈… 유기농 이름 붙으면 값 2~3배
영양·안전성 등 측면서 아직 우월성 입증 안돼
막연한 기대와 공포심 이용… "친환경 상술 경계" 목소리



주부 강모(29)씨는 '에코 컨슈머(eco-consumer)다. 17개월짜리 아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제품을 친환경으로 산다.

야채 과일은 올가, 한살림, 초록마을에서 유기농이나 무농약 인증마크가 찍힌 것을 구입하고 고기도 호주산 유기농 쇠고기 다짐육을 사는 식이다. 우유는 종이팩이 아닌 유리병에 든 파스퇴르 유기농 우유를 먹이고, 과일 주스도 가공식품 대신 친환경 과일을 사서 녹즙기로 직접 갈아 먹인다. 생활용품도 모두 친환경제품인데, 공기청정기와 가열식 가습기, 연수기를 사용하고 에코내추럴, 에코넛 등 친환경 세제를 사용한다. 기저귀는 친환경인 세븐스 제너레이션과 하기스 내추럴, 물티슈는 무방부제를 강조하는 페넬로페와 몽드드 등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컨데 오픈마켓 옥션에서 페넬로페 물티슈는 70매짜리 10팩이 2만원으로 80매짜리 10팩에 1만원 가량인 중소기업 물티슈 제품의 2배다.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파스퇴르 유기농 우유(900㎖)는 6,930원으로 자체브랜드 우유(1ℓㆍ1,700원)나 서울우유(1ℓㆍ2,300원)에 비해 3배나 된다.

그렇다면 정말로 친환경 소비는 착한 소비일까. 비싼 값은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에게 최근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선호 경향에 대해 물었더니, 의외로 '과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먼저 채소의 경우 친환경 야채를 먹는 게 좋겠지만 일반 채소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먹으면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곽해수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요즘은 농약도 물에 씻기는 종류만 사용하도록 규제가 철저하다"면서 "우유도 젖소가 유방염증 등으로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 3일 동안 착유가 금지될 정도로 일반 우유 역시 안전성이 잘 지켜지고 있어 무리하면서까지 유기농 우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충환 건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영양학적으로도 유기농의 우월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유기농 토마토가 일반 토마토보다 항산화물질(플라보노이드)을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덴마크에선 5가지 야채와 과일을 유기농과 일반농법으로 재배한 결과 영양학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학계에서 '정설'이 없다는 것.

만약 아기에게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분당차여성병원의 한만용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토피 질환에 유기농 식품이 특별히 좋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식습관 개선 운동을 한다며 아이들에게 생식과 채식, 단식을 권하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그대로 했더니 영양실조에 걸려 병원에 온 아기가 있었다"면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가공식품보다 가급적 천연 상태의 식품을 사서 요리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었다.

연수기 사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온교환 연수기 사용이 아토피 어린이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한 결과 부모들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어린이와 전혀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해외 저널에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기술표준원 이석우 팀장은 "친환경 세제에는 계면활성제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천연성분 계면활성제가 들어가며, 세척력이 일반 세제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물과 세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세제를 조금 쓰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문제는 '친환경 상업주의'였다. '건강에 좋을 것' '환경에도 도움 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와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심을 바탕으로 고가의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자칫 마케팅과 상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순주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소비자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소비하고, 국가 사회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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