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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꿈이야기&별자리

우주창업시대 무엇을 알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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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런 머스크, 우주산업을 향한 대담한 도전

“스페이스X가 상장하겠죠?”

국내 한 위성안테나 전문업체 A사의 경영부문 총괄 원 모 이사가 점심때 갑작스레 던진 뜬금없는 말이다. 시장에서 도는 ‘루머’란다. 그는 오후에 IB(기업금융) 담당자 미팅을 앞뒀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배경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일런 머스크는 지구 저궤도(고도 500~1200km)에 인공위성 무리를 밭에 씨 뿌리듯 펼쳐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려 1만 2,000개에 달하는 통신용 마이크로샛(400kg 미니위성)을 저궤도에 융단처럼 깔면, 지구 전역을 아우르는 1Gbps(초당 기가비트)급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막이든, 높은 산 정상이든, 대서양 한가운데에서든 끊김 없이 ‘빵빵’ 잘 터지는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그러면 이젠 다른 나라로 출장·여행을 갈 때 별도로 로밍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한 달로 내던 정기 요금만으로도 쓸 수 있어 저렴하다. 이러니 인터넷 세상이 또 어떻게 달라지고 변화해 갈지 쉽사리 예측이 안 된다. 통계 수치만 놓고 봤을 때 분명한 건, 우리 일상이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름하여 ‘스타링크’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가 목표한 연간 기대수익은 300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른다. 메신저상에서 주로 쓰던 말로 “켁~” 수준이다. 새로운 사업이 일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명해 보인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케 되려면 지상 인프라도 중요하다. 위성에서 송출한 통신을 땅에서 받아줄 위성안테나 장비 말이다. 현재는 수출입 선박, 대형 크루즈선, 군 함정 등에서 주로 쓴다. 일런 머스크의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지상 여러 곳에 설치를 해야 하는 데 이런 안테나를 만드는 업체가 전 세계에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A사는 이미 해외 수출량이 90% 이상에 제품 품질도 인정받아 공략 중인 시장 범위를 수 배 이상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현재 A사는 코로나19(COVID)-19로 크루즈선이 발 묶이고, 수출입 항로가 통제를 받으면서 상당한 경영 부침을 겪는 상황이다. 현 상황 극복과 앞으로의 활로 모색은 오로지 사업 확장에 있는데 국경 넘어 스페이스X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초대형 로켓 ‘팔콘’, 화성 우주선 ‘스타십’ 등 대부분 사업이 돈이 많이 드는 구조다. 이를 충당하려면 증권가 상장이란 액션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 투자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이번 휴가는 우주로…45억 우주행 티켓 누가 쥘까

우주 여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버진 갤럭틱은 세 번째 우주여행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항공기 모선 ‘VMS 이브’가 미국 발사장에서 이륙한 뒤 상공 4만 4,000피트(13.4㎞)까지 비행했다. 이브에 장착됐던 ‘VSS 유니티’는 마하 3의 속도로 가속한 뒤 상공을 날아올랐다. 조종사 2명, 최대 6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우주선이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첫 유인 캡슐 여행을 7월 20일쯤 진행하겠다”라고 했다. 자신이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를 타고 10분간 비행한다는 계획으로 말처럼 이뤄지면 머스크 보다 먼저 우주로 가게 된다. 흥미를 끈 건 치솟는 ‘티켓 가격’이다. 첫 우주여행 티켓 입찰가가 6월 10일 기준 400만 달러(44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143국 6000여 명에 이르는 입찰자 중 단 한 명의 낙찰자는 6인승 뉴셰퍼드 로켓의 마지막 한자리를 얻게 된다.

‘로켓 재활용’으로 원가절감 제1원칙 달성…“우주 잡아라” 투자 봇물

바야흐로 진짜 ‘우주에서 돈 버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주인터넷·여행, 화물운송 등 우주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면서,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가 밀려나고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로켓 재활용 기술은 우주산업의 제1원칙인 ‘원가절감’을 이뤘다. 우주 로켓은 한 번 쏘아 올리는데 약 10억 달러(1조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발사비의 90%를 차지한다. 이를 다시 쓰는 방법으로 비용을 ‘확’ 줄였더니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 내 우주왕복선 궤도 운송비용이 킬로그램(kg)당 500달러(55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kg당 2만 달러(2,2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우주다. 지난 2019년 뉴스페이스를 테마로 한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 출시된 데 이어 글로벌 ETF 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올 상반기 우주 탐사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하겠다고 해서 이목을 모았다. 글로벌 우주분야 투자회사인 미국 ‘스페이스 엔젤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20년 3분기까지 1128개의 우주기업이 총 누적액 1660억 달러(185조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안형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주기업에 대한 총 투자액은 130억원, 최근 16년간(2005~2020년) 누적투자액은 433억원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 달러(1110조 원)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중견·스타트업 ‘가자 우주로’

대기업들도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튜브에 달·화성 탐사용 이동로봇 ‘타이거’를 공개하며 우주에 대한 원대한 꿈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우주에서 미래 동력을 얻고자 하는 중견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한화·한국항공우주(KAI)는 최근 ‘뉴스페이스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우주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간다. 최근 삼성벤처투자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들이 소형로켓을 개발하는 페리지항공우주, 이노스페이스에 각각 100억 원, 80억 원을 투자했다. 페리지항공우주는 초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에 특화한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발사체 ‘블루웨일’은 무게가 2톤(t) 미만이다. 탑재할 인공위성의 무게도 50kg 안쪽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위성을 450㎞ 궤도에 올리는 게 목표다. 이노스페이스는 페리지항공우주가 개발하는 소형 발사체와 종류는 비슷하지만 사용하는 엔진이 다르다. 이 회사는 고체, 산화제는 액체를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 핵심기술을 보유했다.

‘마지막 블루오션’이란 말처럼 사업 모델도 다각화돼 있다. 예컨대 옆 나라 일본의 ‘애스트로스케일’은 자석으로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기술로 1억9,100만 달러(211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전 세계 우주 궤도 스타트업 중 가장 큰 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우주 쓰레기는 우주에 남겨진 위성 잔해,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로켓 파편 등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를 보면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SF(공상과학)영화 ‘승리호’에서 등장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이 시나리오상에만 머무른 얘기는 아닐지 모른다.

황무지였던 韓우주산업토대 전환 “민간발사장 짓겠다”

국내 우주산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기본계획 수정(안)’에서 오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를 추가했다. 고체연료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협상이 잘 이뤄져 얻은 결과인데, 기존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쉬워 민간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초소형위성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저궤도 소형 위성을 반복 발사하기 위해선 고체연료 로켓이 유리하다”라고 평가한다.

게다가 정부가 2024년까지 다양한 민간 기업을 위한 발사 기반시설도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발사장이 없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단비 같은 소식이다. 15t 하이브리드 로켓을 내년 상반기에 쏘기로 한 이노스페이스의 경우 브라질과 우주발사장 계약을 해 놓은 상태인데 해외에서 로켓을 옮기고 점검하는 등의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국내 민간 발사장은 발사와 통제 시설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장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부지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우주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맞이할 우주 시대 역시 얼마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비디오나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고 회수하던 시절, 가상 클라우드를 통해 시장 패러다임을 한순간 바꿔버린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줌 등이 요즈음 전성기를 누린다. 클라우드 시장에 일찍이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계 ‘스타 CEO’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이렇게 조언한다. “시장에 거대한 파도가 치면 주저 말고 올라타라”라고. 그 파도가 지금은 우주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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