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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2]를 통해 새로운 도전 중인 추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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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2]를 통해 새로운 도전 중인 추성훈

“혹독한 경험을 하고 싶다.” 지난 2009년 초, UFC 진출 기자회견에서 추성훈이 했던 말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말로 혹독했다. 치열한 타격전이 벌어졌던 앨런 벨처와의 데뷔전 승리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받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지만 파이터 위승배가 지적했듯 UFC 미들급에서 뛰기에는 체격이 작다는 인상이었다. 이후 크리스 리벤, 마이클 비스핑, 비토 벨포드 등 미들급 강자와의 대결에서도 벨처 전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러서지 않는 파이팅을 보여줬지만 체격과 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결국 조언을 받아들여 감량해 웰터급에 진출했지만 조르주 생 피에르와 타이틀전까지 벌였던 강자 제이크 쉴즈에게 패배하며 이 체급에서의 경쟁도 순탄치 않을 것을 예감케 했다. 어쨌든 그가 도전장을 내민 곳은 세계 최강의 실력자들이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정글이었으니까.

UFC 진출 기자회견 중인 추성훈. 이 결정으로 그는 종합격투기 최대의 정글에 뛰어든다(사진=연합뉴스)

옥타곤보다 위협적인 오지라는 무대

SBS [정글의 법칙 2]에서 몇 시간째 나뭇가지를 비비며 불씨를 만드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 때 그 말이 다시 떠오른 건 그래서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근력과 지구력을 지닌 그조차 “죽겠다, 아주”라고 외칠 정도로 이 일은 쉽지 않았다. 하도 힘을 줘서 펌핑된 근육질 몸은, 3라운드 판정까지 접전을 벌였던 앨런 벨처 전 때보다 더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결국 불씨를 만든 것은 그의 근성과 체력이었지만 불 피우는 도중 “근육 진짜 필요없네”라고 말할 정도로, 잘 단련된 그의 몸도 야생 체험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아직 미숙하고 약했다. 요컨대, 그는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혹독한 경험’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 [정글의 법칙 2]는 언제 어떤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방송 단 3주 만에 야수르 화산 등반 중 선발대와 합류하지 못해 탈수 증세까지 염려해야 했던 상황이나, 배를 타고 가오리 섬을 건너는 중 파도 때문에 제작진 배가 뒤집혀 감독이 부상을 입고 메인 카메라를 분실하는 큰 사건들이 있었고, 미끄러운 절벽을 내려가거나 바다 모기와 전쟁을 치르는 일상들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격투기를 하며 이 정도로 힘든 적 있었냐”는 리키 김의 질문은 그래서 결코 격투기를 얕보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단련된 추성훈에게도 불 피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모든 종류의 투기 종목 중 가장 격렬하고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이 종합격투기이지만 현재 UFC는 체급과 룰의 엄격한 잣대를 통해 싸움보다는 스포츠에 훨씬 근접했다. 스포츠는 룰로서 선수를 보호한다. 비록 추성훈이 비토 벨포드의 일격에 실신을 당했지만 곧바로 시합을 중지하는 심판이 있기에 큰 부상을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오지 체험은 다르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무인도의 자연 환경은 옥타곤 안보다 더더욱 다양한 위험 요소로 가득 차있다. 파이터로서의 추성훈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그렇게 해외에서 예능 촬영을 하면 훈련은 언제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격투기 선수로서 염려되는 것은 사실 훈련 부족보다는 부상 가능성이다. 화산재에 미끄러지며 등반을 하고, 제작진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그의 모습은 듬직한 동시에 불안하다.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했던 추성훈의 도전들

일본으로 귀화하고 출전한 부산아시안게임. 여기서 추성훈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사진=연합뉴스)

그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2]의 추성훈에게서 스타성 있는 인기 운동선수의 위상뿐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는 파이터의 본능을 읽어내는 건. 돌이켜보건대, 그의 경력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재일교포에서 일본인으로, 유도에서 격투기로, 일본 무대에서 UFC로. 물론 그 행보를 메달을 위해, 돈을 위해, 더 큰 돈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또한 그것이 흠이 될 건 더더욱 아니다. 윤리적인 문제만 없다면 더 큰 명예와 부를 쫓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하지만 그의 도전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그가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삶의 터전이던 일본을 떠나야 했고, 특정 대학의 텃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4대에 걸쳐 유지하던 재일교포의 고집을 꺾어야 했으며, 유도와 달리 주먹이 오가는 종합격투기 링에 오르느라 엘리트 체육인의 안전한 길을 포기했고, 자신이 ‘마왕’으로 군림하던 일본에서의 위상을 버려야 했다.

그 선택을 통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고 해서, 그가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의 무게를 결과론적으로 가벼이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격투기가 전도유망해 보인다고 해서 모든 유도가가 제롬 르 밴너 같은 무시무시한 하드펀처와 주먹을 섞을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체격에 맞는 상대를 찾아 한 체급 밑으로 내려간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장 편한 체중을 버린 건 프로 격투가로서 당연한 일이라 해도,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 이하 존 피치, 조쉬 코스첵, 티아고 알베스 등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웰터급으로 내려오는 건 결코 안전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선택이다.

웰터급으로 감량한 추성훈. 방송에서의 모습과 비교해 마른 걸 확인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스포츠도 예능도 결국 과정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격투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육체적인 극한 상황을 경험하는 [정글의 법칙 2]는 추성훈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을 붙이기 위해 굵은 땀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흔히 말하는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면, 자연이라는 새로운 상대 앞에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패배하면서도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탔던 수많은 경기들에서처럼. 그는 리키 김과의 대화 중 “(격투기를) 더 열심히 하고, 그런 모습 보여줘서 조금이라도 한국 있는 팬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지. 만약 지더라도 그런 모습 보여주는 게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글의 법칙 2]의 추성훈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어떤 종목이든 모든 운동선수는 이기기 위해 싸우지만, 만약 경기 후 남는 것이 오직 승과 패라는 결과뿐이라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진 않을 것이다. 불씨와의 싸움에서 간신히 1승을 거둔 추성훈은 가오리 섬에서의 남은 일정 중 몇 승을 더 거둘 수도, 또는 계속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시청자의 가슴에 남는 것은 전적이 아닌 과정이 아닐까. 추성훈의 가슴 역시 ‘혹독한 경험’을 마다하지 않고 여전히 상대에게 파고드는 과정 속에서 가장 두근거릴 테니까.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감정이란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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