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이 걸린 듯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추신수.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그를 스트레스의 중심으로 내몰고 있는 듯 하다 |
오늘 미네소타와의 2연전(6월 3일, 한국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가수 리쌍의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사가 딱 지금의 제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안타를 쳐도, 타점을 올려도, 삼진 대신 볼넷으로 출루를 해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뭔가 속이 꽉 막혀 있는 듯, 한없이 답답해지는 이 느낌을 어떻게 하면 해소시킬 있을까요? 트림이 나올 듯 말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는, 이 불편함을 풀어줄 방법, 어디 없을까요?
마치 누군가가 날 지배하고 컨트롤하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시원한 한 방! 이거면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번번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부분이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이전까지의 전, 시즌 개막 후 초반에만 잠시 헤매다가 그 다음부터 쭉 치고 올라가면서 3할도 한 번 찍고 홈런도 펑펑 날리며 이주일의 선수로도 뽑히곤 했었는데 올시즌은 마치 체증 걸린 듯 어깃장 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 후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됐을 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빅리그 무대를 밟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었다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클래블랜드의 붙박이 중심 타선으로 성장하면서부터는 그걸 잘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더욱이 FA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 올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FA를 앞두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하는 추신수. 모든 걸 비우고 간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절감하고 있는 그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2010년 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의 중심에는 항상 제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자는 제가 아닌 카브레라와 킵니스라는 건 다 아실 거예요. 물론 타순이 변하고 그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저에 대한 클리블랜드 팬들의 기대치가 여전히 크고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전, 이전의 추신수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시원하게 뚫리기만 한다면 이런 고민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그 ‘무엇’ 때문에 야구장으로 오가는 이 시간들이 괴롭기만 하네요. 언제쯤 야구를 제대로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요?
수백 가지의 아쉬움들로 인해 자책은 할 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봐야죠. 야구는 시작보다 과정이, 또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팀 타선이 침체기를 맞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제가 남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타율이 올라가도 불편해지는 이 느낌이 참으로 싫어집니다.
정말로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이네요.
타격코치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는 추신수. 힘들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팀이 연패를 하는 상황이 더욱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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