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서울 주요 지구대·유흥가·지하철역서 본 '술 취한 한국']
주정꾼들로 지구대 '몸살' - 수십번 들락날락 상습 주취자, 문 열며
"형님" 경찰 "또 왔냐"
대학가 거리도 '비틀비틀' - 발 밑엔 소주병 나뒹굴고 벤치엔 젊은 남녀 엉켜있어
지하철 막차는 '취객철'
- "왜 끌어내냐" 종점마다 시비, 곳곳 토사물… 누운채 대소변도
◇지구대 단골손님들
"형님!"
술에 잔뜩 취한 엄모(36)씨는 26일 새벽 3시 5분쯤 이태원지구대 문을 열자마자 경찰들을 이렇게 불렀다. 경찰들도 엄씨에게 "또 왔느냐"고 했다. 엄씨는 이날 술집에서 안주와 술 2만여원어치를 먹고 돈을 내지 않아 지구대로 끌려왔다. 지금까지 13번에 걸쳐 무전취식(無錢取食)으로 지구대에 끌려왔다고 한다. 엄씨는 지구대를 하도 들락날락한 탓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며 찾아온 민원인에게 지구대 내 화장실 위치까지 설명해주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태원지구대 인근 고시원에 사는 서모(45·여)씨도 술을 마시다가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지구대에 끌려왔다. 서씨는 경찰들을 '형님'이라고 부른 엄씨와도 경찰서에서 자주 만난 사이였다. 서씨는 엄씨에게 "오빠는 왜 또 왔느냐"며 안부를 물었다.
-
- 몸 못 가누는 여성… 26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대로의 한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여성이 주저앉아 남성의 부축을 받고 있다. 이 여성은 인근 술집에서부터 이곳까지 남성의 등에 업혀왔다. /이진한 기자 magnum92@chosun.com
◇땅속에서도 취객들은 넘쳤다
"이제부터 전쟁 시작이다." 25일 밤 11시가 지나자 당고개역 이수환 부역장은 이렇게 말했다. 종점인 당고개역에 전철이 들어올 때마다 술에 취한 승객 5~6명이 내리지 않고 "왜 끌어내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26일 새벽 0시 49분 4696호 열차에서는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20대 남성이 두 명의 역무원에게 끌려나왔다. 역무원은 끌어낸 이 남성을 역 앞 공원 벤치에 잠깐 앉혔다. 술이 좀 깨면 택시를 잡아줄 것이라고 했다. 당고개역 라연태 대리는 "겨울이면 취한 승객들이 동사(凍死)할까 봐 일단 대합실에 재우기도 한다"고 했다.
- 지하철이 안방인줄… 26일 새벽 서울 지하철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역에 지하철이 도착했지만, 이 사실을 모를 정도로 술에 취한 한 남성승객이 홀로 좌석 3개를 차지한 채 잠을 자고 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25일 밤 10시 20분쯤 서울메트로 4호선 당고개역에서는 70대 노인 한 명이 잔뜩 술에 취해 승강장 벤치에 누워 있다가 누운 채로 대소변을 봤다.
◇고요했던 대학·직장인 거리, 8시간 만에 환락가로…
25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신촌 연세로 5~7가 거리 사이에 있던 총 320여명의 행인 중 눈으로 봐도 만취 상태인 사람만 23명이었다. 고성(高聲)을 지르는 사람이 7명, 심하게 지그재그로 걷는 사람이 14명, 토하는 사람이 2명이었다. 한 젊은 연인은 술에 취한 여자친구를 양팔로 껴안고 블루스라도 추듯 길을 걸었다. 불과 8시간여 전인 오후 3시쯤 대학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돌아다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26일 새벽 0시 40분 신촌 현대백화점 앞 벤치 7개 중 6개는 술 취해 의자에 대(大)자로 뻗어서 자는 학생, 서로 껴안고 자는 연인이 차지했다. 신촌 삼겹살 골목은 10여m마다 취해서 토하는 사람이 보였다.
26일 새벽 1시 홍익대학교의 한 노래방 앞길 500m 구간에는 술에 취해 주저앉아 있는 사람의 숫자가 38명이었다. 나뒹구는
소주병을 이곳저곳 발로 차면서 노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울 강남대로 일대도 취객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새벽 0시 30분 강남대로에는 붉은색 헤드기어를 낀 20대 남성이 나타나, 취객들을 상대로 1만원을 주면 2분간 '왼손만 쓰는 인간 샌드백'이
되겠다고 했다. 취객 10여명이 줄을 섰지만 대부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허공에 손만 날리다 돈만 쓰고 말았다.
LIST
'일상이야기 > hot-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도전' 17주째 결방,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0) | 2012.06.01 |
---|---|
“환자 입원 2주 넘어가면 병원서 ‘작업’ 들어간다” (0) | 2012.06.01 |
스티브 잡스와 월스트리트 시위, 우리의 다음 '점령지'는? (0) | 2012.06.01 |
[사진] 낙동강 하구 둔치, 지금은? (0) | 2012.06.01 |
최악의 'MB표 생태공원'... 바로 여깁니다 (0) | 2012.06.01 |
주차스킬 만렙 - 쩔어 (0) | 2012.05.30 |
태양에서 5다리 달린 초대형 UFO 포착 (0) | 2012.05.30 |
한국군 차세대 전투기·공격헬기가… 충격 (0) | 2012.05.29 |
유치원에서 옷 벗는 아이들...어떡하죠? (0) | 2012.05.29 |
서울 강남대로 사흘뒤부터 흡연 과태료… 단속공무원 동행기 (0) | 201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