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영상, KBS 월화드라마 <사랑비> 촬영현장
지난
3월 26일 첫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사랑비>는 인기 배우 장근석과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보다,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에서 환상의 호흡으로 감각적인 영상을 창조해 한류 드라마 붐을 일으켰던 윤석호 PD와
오수연 작가의 재회에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시대가 달라져도, 세대가 바뀌어도, 사람이 변해가도, 사랑은 여전히 끌림, 떨림, 홀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아름답고 따뜻한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는 <사랑비>의 기획의도는 이번에는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와
어떤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지 큰 기대를 할 수 있게 한다. 아름다운 드라마가 탄생되는 현장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고자,
제작발표회를 나흘 앞두고 사전 제작분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촬영현장으로 향했다.
<사랑비>의 촬영은 KBS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차마고도>와 얼마 전 폐인을 양산하며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브레인>의 촬영감독으로 인기
촬영감독 반열에 오른 백홍종 촬영감독이 맡았다. 일본 로케이션 촬영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걸려온 본지의 취재 요청 전화가 귀찮거나
부담스러웠을법한데도 불구하고, 밝은 목소리와 친절한 말투로 조심스럽게 취재 협조를 구하던 취재진을 편하게
대해주었다.



이날 촬영은 여자 주인공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살 집을 구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촬영은 윤석호 PD의 프로덕션인 윤스칼라가 근처에 위치해 있기도 한 홍대 부근 오피스텔에서 진행되었는데, 휴일 이른 아침 시간대라 주변 이웃들에게 소음으로 피해가 가지 않게 모두들 발뒤꿈치를 들고 최대한 조용히 재빠르게 움직이며, 촬영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전까지 Sony HDW-F900R 카메라와 표준렌즈의 조합을 주로 사용해 촬영해왔던 백홍종 촬영감독은 <사랑비> 5회차부터 메인 촬영감독으로 참여해 ARRI Alexa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1~4회까지의 사전제작 분량은 외주 프로덕션의 촬영감독이 맡아 진행했는데, RED ONE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멜로드라마의 분위기와 느낌을 살려 소프트한 색감의 영상을 구현하려고 하는데, Alexa는 그러한 영상에 매우 적합한 카메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백홍종 촬영감독은, Canon EOS 5D Mark II도 서브 카메라로 간간히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카메라를 사용하면 톤이나 색감의 차이 때문에 자칫 영상의 전체적인 흐름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필자의 질문에, 백홍종 촬영감독은 후반작업에서 색감 맞추는 데 분명히 시간이 소요되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깰 정도의 자원이 소모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상황에 맞는 장비 특성만 잘 알고 활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게 진행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이뤄진 촬영은 계획대로 오전 중에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다음 촬영장소인 경기도 양평의 정경자 미술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윤석호 PD는 전작인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등에서 오랜 세월 일본, 모나코, 파리 화단 등에서 활동했던 정경자 화백의 작품을 모티브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창조하여 정화백과 돈독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사랑비>에서는 정 화백의 미술전시관과 작업공간이 극중 화가 캐릭터로 나오는 배우 정진영 씨의 작업실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현장에서 파란색이 주를 이루는 정 화백의 작품들을 감상한 후, 배우 정진영 씨가 맡은 캐릭터를 파란색을 좋아하는 화가로 설정하는 세심한 모습을 보인 윤석호 PD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와 어울리는 회화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PD로 유명하다. 백홍종 촬영감독은 그에 맞춰 아름다운 영상을 구현하려 노력한다고 밝히며, 그 예로 망원렌즈를 사용하고 인물이 배경과 어우러지는 객관적인 앵글을 항상 마음 속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비>의 아름다운 영상을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조명은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여인의 향기>, MBC 드라마 <짝패> 등의 조명을 담당했던 박창우 조명감독이 맡았다. KBS의 작품은 <사랑비>가 처음이라는 박창우 감독은 “<사랑비>의 기본적인 조명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걸맞게 화사하고 밝은 톤을 유지하며, 공간마다 있는 그대로의 광을 자연스럽게 살리되, 보조적으로 조명을 추가하는 식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lexa의 경우 하이라이트 디테일이 좋고 관용도가 넓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조명하는데 한결 수월하다며, RED ONE 카메라나 Canon EOS 5D Mark II 카메라의 경우 채도가 강해 암부쪽의 질감 표현이나 전체적으로 뭉쳐버리는 듯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야외같이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웬만한 곳에서는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장비’라고 언급했다.



촬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백홍종 촬영감독은 연출자인 윤석호 PD와 촬영팀을 비롯한 그립팀, 조명팀을 비롯한 모든 스텝들과 의견을 자유롭게 교류하고, 때로는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장난과 즐거운 농담을 하며 영상미뿐만 아니라, 현장 분위기 또한 앞장서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많이 찍고 기록한다고 전했다.



10년 전, 아침 정보프로그램의 제작부터 현장진행,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 1년 정도 진행한 독특한 경험이 있는 백홍종 촬영감독은, 그 때의 경험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다양한 장비와 기술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고 접하며 연구하고, 연출자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최고의 도움을 주기 위해 전체적인 흐름과 여러 상황들을 잘 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상 연출을 직접 한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려 하기 때문에 이 직업이 정말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3월 26일부터 총 20부작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사랑비>는 스텝들의 화기애애한 모습과 어우러져, 순수함과 따뜻함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서서히 이야기에 동화되는, 언제든 다시 꺼내보고 싶은 마법 같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기사는 비디오아트 2012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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