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허리디스크 다리에 힘빠지면 병원으로...
디스크 질환이라면 수술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의료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미국 메인주에 거주하는 허리 디스크 환자 400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005년에 발표했다. 이들 중 수술 받고 증상이 호전된 사람은 69%, 수술 받지 않고 증상이 사라진 사람도 61%로 나타났다. 그 차이가 8%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디스크 질환에 대한 수술의 필요성과 관련한 연구로 유명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리 통증이 점점 사라지거나, 참을 만한 통증이면 1~3개월 활동량을 줄이고 기다리면 대부분 호전된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병원에서 허리 근육 강화 운동, 약물치료, 물리치료, 냉온 찜질, 초음파 치료, 전기 자극 등으로 급성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할 증상은 다리가 마비되거나, 배뇨 장애가 생기거나, 통증이 반복 또는 심해질 때다. 진단 결과 괄약근 기능에 이상이 생겼거나, 근력 약화가 진행 중이거나, 보존적 치료로 효과가 없는 심한 통증이 생기면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허리 통증에 비수술적 치료법을 강조하는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장인 김긍년 교수는 “디스크 질환은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라며 “허리 통증보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미 신경을 침범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목과 허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근육통이 가장 흔한데, 병원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디스크와 협착증이다. 디스크는 젊은 층에서, 협착증은 노인층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중장년층에 많았던 디스크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그 이유로는 많은 영양 섭취로 몸무게가 늘어나는데도 신체 활동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허리를 삐끗한 것과 디스크의 통증은 어떻게 다른가.
요통의 원인 중에 60~70%는 단순 근육통이다. 일상에서 허리를 삐끗한 것은 대부분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을 받은 경우다. 근육이나 인대 손상으로 인한 통증은 1~2주면 사라진다. 나머지 30~40%가 디스크에 의한 통증인데, 허리를 자주 삐끗하거나 요통이 3~4주 지속되면 디스크와 연관된 통증일 가능성이 있다.
디스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퇴행성이다. 디스크는 말랑말랑한 수핵을 실타래 같은 섬유륜이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디스크는 혈관이 없는 조직이어서 주변 뼈에 있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10대 후반부터 뼈의 구멍이 막히면서 디스크가 영양분을 받지 못해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수핵은 탄력을 잃어가고 디스크 자체의 쿠션 역할도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충격을 받으면 디스크의 실타래가 뜯어진다. 이 실타래는 뜯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는데, 한 번 큰 압력을 받아 많이 뜯어지면 디스크가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면서 튀어나온다. 이게 흔히 말하는 디스크라는 병이다.
디스크의 퇴행을 막을 수는 없는가.
아직까지 그런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디스크를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을 피할 방법은 있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환경적 요인은 ‘반복적인 충격’이다. 미국 연구팀이 유독 광부들에게서 디스크가 많은 이유를 추적한 적이 있다. 광부 중에서도 석탄을 채굴하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는데, 특히 석탄을 채굴하는 사람에게서 디스크가 많이 발생했다. 그 이유를 반복적인 진동 작업에서 찾았다. 즉 허리를 굽히는 등 좋지 못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작업하거나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디스크 모양에 변성을 가져오는 것이다. 또 다른 환경적 요인은 몸무게다. 급속한 체중 증가는 디스크의 퇴행을 일찍 오게 한다. 배나 등의 근육이 약해도 디스크에 걸리기 쉽다. 근육이 약한 원인은 운동 부족이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요통 예방법은 무엇이 있나.
한 번 허리 통증을 경험한 사람은 재발할까봐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요통을 경험한 사람은 스트레칭, 걷기, 수영 등의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허리 통증은 주로 아침에 심하다. 자는 동안 근육이 굳어진 상태로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하면 무리가 생겨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기상 후 5분만 스트레칭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근육 이상이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도 그 정도가 약해진다.
목 건강을 위해 평소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한가.
잠자는 자세가 목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허리와 달리 목은 잠자는 형태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높고 딱딱한 베개는 목 변형을 초래한다. 낮은 베개, 푹신한 베개, 목뼈의 C자 형태를 유지하는 베개가 좋다. 또 컴퓨터 모니터가 눈높이보다 낮으면 목 건강에 좋지 않다. 시선과 고개가 아래로 쏠리면 목이 당겨지고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눈높이 정도로 맞출 필요가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문제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과 후의 한국인 목 변화를 살펴본다면 크게 달라졌을 것 같다. 그만큼 머리를 숙여서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은 목 건강에 좋지 않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눈높이까지 들어서 보는 게 목 건강에 이롭다.
디스크 진단을 받으면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디스크는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다. 디스크의 실타래가 파열돼도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수핵이 흘러나왔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이 줄어든다. 터진 실타래가 빨리 아물면 수술이 필요 없다. 문제는 빨리 아물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디스크가 심한 사람인데도 빨리 아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디스크는 대수롭지 않은데 통증이 오래가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디스크 통증이 심하다고 수술이 필요하거나, 통증이 약하다고 비수술 요법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따로 있다.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배뇨 기능에 장애가 생긴 때다. 나머지는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다리가 마비되고 배뇨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은 다리로 가는 신경에 손상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도수치료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는 무슨 말인가.
근육이나 인대 손상으로 인한 허리 통증이라면 도수치료, 찜질, 마사지가 좋다. 그러나 디스크나 협착증이 심한 사람이 도수치료를 잘못 받으면 큰 압력이 가해져 신경이 상할 수 있다. 특히 목은 허리보다 근육량이 적고 약해서 꺾고 누르는 힘에 취약하다. 도수치료나 마사지를 받은 후 목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이 종종 있다.
디스크에 잘 걸리는 사람(고위험군)이 있는가.
디스크는 유전병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집안 내력 즉 유전적 요인이 있다. 튼튼한 디스크를 타고난 사람, 부실한 디스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다만 의학계에서 그 유전 인자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체형과도 관련이 있다. 청소년의 경우 뚱뚱하거나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디스크에 잘 걸린다. 직업군에서 살펴보자면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이 육체노동자보다 디스크에 걸릴 위험이 크다.
어떤 증상일 때 디스크를 의심하고 병원 진단을 받아야 할까.
근육이나 인대 손상에 의한 통증은 1주 후부터 가라앉는다. 그런데 3주 이상 지속된 허리 통증은 뼈, 관절, 디스크 등 뭔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특히 허리 통증보다 다리 통증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다리 통증이나 마비는 단순히 근육이나 인대 손상으로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 신경이 눌려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 대소변 기능이 떨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배뇨 장애가 생기는 경우는 디스크가 심해서 신경을 침범했거나 협착증으로 신경 구멍이 좁아진 것이다.
협착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디스크의 퇴행성이 10대 후반부터 시작된다면, 협착증은 40~50대에 생긴다. 척추의 후관절과 그 주변 인대에 협착증이 발생한다. 후관절이 두꺼워지거나 인대가 넓어져서 신경 구멍을 막는 것이다. 협착증도 유전적 요인이 있다. 선천적으로 신경 구멍이 작은 사람은 젊은 나이에 협착증에 걸릴 수 있다.
협착증에는 수술이 보편적인 치료법인가.
협착증은 디스크와 다른 특징이 있다. 디스크는 튀어나와도 아물기 때문에 수술하는 비율이 낮다. 협착증은 수술 빈도가 높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경 구멍이 좁아지고 한번 좁아진 구멍은 복구되지 않는다. 시기의 문제일 뿐 수술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비수술적 치료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협착증이 더 진행되지 않고 멈추는 경우가 있다. 또 다리 통증이 심하지 않고 걷는 데 지장이 없으면 비수술적 치료를 한다. 예컨대 신경과 주변 인대 사이를 벌리는 시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른 자세와 운동이다. 몸의 중심인 척추는 몸의 기울기에 따라 악영향을 받는다. 몸을 꼬고 앉거나, 등을 등받이에서 떼고 앞으로 굽힌 자세, 다리를 꼬고 옆으로 비스듬히 앉는 자세는 허리의 비대칭을 만드는 동작이다. 압력이 한 부위로 쏠린다는 말이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뒤로 밀착해서 허리를 편 자세가 좋다. 목도 마찬가지다. 목을 앞으로 숙인 자세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므로 디스크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운동으로는 배와 등의 근육을 강화하는 동작을 추천한다. 이들 근육이 탄탄하면 디스크, 관절, 뼈로만 쏠리던 압력이 근육으로 분산된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걷기를 추천한다. 걸으면 다리뿐만 아니라 허리의 근육도 강화된다. 허리 통증이 심하다면 압력을 덜 받는 수영이 좋다. 더 전문적으로 운동하고 싶다면 필라테스를 권한다.
골프와 자전거 타기는 허리에 좋지 않은가.
누운 자세, 선 자세, 바닥에 앉은 자세, 의자에 앉은 자세를 비교해 연구한 적이 있다. 목과 허리에 가장 부담을 주는 자세는 바닥에 앉는 자세로 다른 자세보다 압력을 2.5배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바닥에 앉는 식당에서 회식한 다음 날 새벽에 골프를 치면 허리 통증이 생기기 쉽다. 골프가 취미라면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후에 즐기라고 권한다. 그러나 골프가 허리에 좋은 운동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답하겠다. 허리 디스크는 누르거나 잡아당기는 힘에는 어느 정도 버틴다. 그러나 비트는 힘에 약하다. 골프는 허리를 비트는 운동이므로 허리에 좋지 않다. 허리를 굽히지 않는 실내 자전거 타기는 다리와 배, 등 근육 발달에 좋다. 그러나 야외에서 타는 하이킹 자전거는 허리를 굽히고 목은 쳐들어야 하므로 허리에 무리가 온다. 허리 근육이 튼튼한 사람은 상관없지만 허리가 약한 사람은 장시간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게 좋다.
요통이 생기면 흔히 파스를 바르거나 붙이는데, 효과가 있을까.
파스는 근육이나 인대에 차갑거나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는 근육을 수축 또는 이완시킴으로써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지 통증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허리를 삐끗했을 때, 허리를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은가.
갑작스럽게 생긴 통증이라면 2~3일은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이후 통증이 점점 수그러들면 걷기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 된다. 그 후에도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긴장한다. 하지만 외상으로 뼈와 관절을 다친 경우는 움직이지 말고 장기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
찜질은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될까.
허리를 삐끗한 당일과 다음 날까지는 얼음찜질이 좋다. 온도가 낮으면 염증성 물질을 빨리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3~4일이 지나면 근육이 뭉치고 수축한다. 이때부터는 온찜질로 근육을 이완해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디스크 수술은 다른 치료 후 마지막 수단”
80대 여성 전아무개씨는 1년 동안 요통으로 고생했다. 그럭저럭 지내다가 1월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진 후 다리에 힘이 빠져서 걷기조차 힘들어졌다. 전씨의 MRI(자기공명영상) 사진을 살펴본 김긍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존에 약한 상태였던 뼈가 넘어지는 충격으로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진 것은 척추 신경이 막힌 증상”이라며 “주저앉은 뼛속에 약을 넣어 굳힌 후 다리 통증이 사라지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 후에도 걷지 못할 정도라면 수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4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생긴 허리 통증이 엉덩이 부위까지 진행돼서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것이므로 디스크와 신경 사이의 간격을 벌리고 약을 넣어 신경을 무디게 하는 시술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통증이 심해져 수술을 받아서라도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는 김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일주일 간격으로 2~3회 신경차단술을 더 받기로 했다. 김 교수는 “수술을 하기에는 모호한 상태다. 신경차단술을 하면 최소한 엉덩이 부위 통증은 사라진다. 2~3회 시술 후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