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SM) 제국, 위대한 실험인가 무모한 자신감인가?
- "국가 탄생을 선포합니다!" 강타(오른쪽)와 보아가 18일 열린 '뮤직 네이션 SM타운' 선포식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두 사람은 "SM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모두 하나가 되는 '뮤직 네이션 SM타운'의 국가 탄생을 선포합니다"라고 외쳤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위대한 실험인가, 무모한 자신감인가?'
- '뮤직 네이션 SM타운' 선포식이 있은 뒤 소속 가수들이 'Dear My Family'란 곡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수장인 이수만 프로듀서의 '국가 건설의 꿈'이 첫 삽을 떴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을 메운 4만여 명은 한목소리로 '뮤직 네이션 SM타운(MUSIC NATION SMTOWN)'의 탄생을 외쳤다. 각 국가의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이들은 '에스엠의 음악으로 전세계가 하나되는 가상국가(버추얼네이션)'를 출범시켰다.
- SM이 만든 가상국가의 깃발. 사진출처=페이스북 에스엠타운
▶K-POP 콘텐츠 사업, 이렇게 돈이 된다!
- SM이 가상국가를 만들며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제작한 패스포트. 사진출처=페이스북 에스엠타운
국가 건설을 선언한 이번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Ⅲ' 서울 공연엔 미국 캐나다 등 전세계 30여개국 음악 팬들이 몰려들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뿐 아니라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등에서 달려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엔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Ⅲ' 글로벌 패키지를 산 4000여 명도 포함됐다.
- 사진출처=페이스북 에스엠타운
SM은 지난 4월 여행사인 BT&I(이후 SM C&C로 사명 변경)를 인수한 뒤 이번에 처음 이 패키지 상품을 출시, 완판시켰다. 이 여행 패키지엔 지난 10일 개막한 전시회 '에스엠 아트 엑시비션(S.M.ART Exhibition)'과 이번 'SM타운 라이브' 콘서트 관람 등을 포함하고 있다.
- 사진출처=페이스북 에스엠타운
패키지 상품은 프리미엄(1680달러)부터 유스호스텔 패키지(299달러), 가족 관객을 위한 해피 패밀리(499달러) 총 7개 상품으로 구성됐다. 이중 프리미엄 상품을 산 28명의 경우,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머무르면서 별도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행사 기간 동안 아무리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해도 상당히 고가라 할 수 있는데, 일찌감치 다 팔려나갔다.
- 사진출처=페이스북 에스엠타운
SM의 또 다른 실험이라 할 수 있는 전시회도 성황을 이뤘다. 19일 막을 내린 이번 전시회의 총 제작비는 56억원. SM이 밝힌 관람 인원은 10일간 총 3만 명으로, 2만5000원인 핑크 티켓을 기준으로 한다면 입장 수입은 7억5000만원에 그친다.
- 가상국가인 '뮤직 네이션 SM타운' 설립을 구상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 스포츠조선DB
당장은 손해로 보이지만 내년 초 대만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일만큼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카드와 VISA가 공식파트너로 참여함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콜라보레이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향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SM의, SM에 의한, SM을 위한!
이번 SM의 글로벌 패키지 내용을 살펴보면 원조 한류스타인 안재욱이 택한 팬 관리법이 떠오른다. 팬들과 함께하는 캠프를 통해 결속력을 이어온 안재욱처럼 SM은 행사 기간 내내 패밀리로서 유대감을 강조했다. 그 극단으로, 18일 가상국가인 '뮤직 네이션 SM타운(MUSIC NATION SMTOWN)'을 선포하고 각국 팬 대표들이 자국의 국기를 들고 가수들과 함께 입장하는 퍼레이드를 펼쳤다. 심지어 SM타운을 상징하는 국기까지 만들었다.
이같은 측면에서 SM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냈다.
우선 이날 행사에 참석한 SM 팬들에게는 패스포트가 발급됐다.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한 사람에 한해 사진 및 개인정보를 받아 발급된 이 패스포트를 소지한 사람은 SM이 주최하는 전 세계 공연 및 이벤트 참가시 스탬프를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특전을 제공받는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SM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일찍이 유럽의 인기 작곡가를 영입, 시장의 기호에 정확히 맞춘 규격화된 음악을 만들어내며 오늘의 K-POP 인기의 토대를 만든 이수만이 이번에도 일찍이 후배들은 꿈도 못꾸던 글로벌한 사업의 그림을 그려낸 것이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강화하며 지속적인 수익구조로 연결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또한 앞서 전시회의 경우, 무한 재생이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로 이익을 거둔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즉 '메이드 바이 SM' 라벨을 단 '제품' 들이 더 멀리, 더 길게 소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해준 것이다.
더욱이 이 모든 사업은 철저히 SM의 자회사들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더욱 주목하고 있다. 거대 SM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졌기에 향후 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점쳐볼 수 있다. 더불어 지난해 말부터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선 SM이 1차 성적표를 받은 셈인데, 일단은 문어발식 외형 확대라는 우려를 잠재우는데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가수보다 SM브랜드에 대한 충성, 롱런은 과연?
최근 일련의 행보를 살펴보면, SM은 소속 가수들 개개인보다는 SM 브랜드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SM 브랜드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장기적인 수익구조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양날의 칼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스템은 출발 지점에선 상당히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 전세계 팬들이 보다 쉽게 SM표 음악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SM 음악이 '찍어내듯 만든 공장형'이라 폄훼기도 하지만, 오늘날 K-POP이 불길처럼 번져가는데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SM의 화려한 오늘을 만든 이 시스템은 새로운 시도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티스트들의 개성을 살린 모험엔 인색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SM에 있어 획기적인 콘텐츠의 생산 구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신인그룹 EXO의 아쉬운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 접수하겠다는 야심 속에 태어난 EXO는 그러나 '기본 이상은 하지만 새롭지는 못한 음악'이란 SM표 음악에 대한 기존 평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최근 SM은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제작에 나섰으며, 강호동을 영입해 자회사인 SM C&C와 전속계약을 했다. 향후 예능 관련 콘텐츠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구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갖춰가고 있지만, SM이 혹 현재의 수익 창출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때론 시장은 현재의 대차대조표보다 장밋빛 미래에 의해 움직이기도 한다.
코스닥시장에서 20일 종가는 SM이 4만8650원이고,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5만4900원이다.